사람들은 도망치는 행위를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사람들’이라고 할 것 없이, 저부터가 그렇게 느끼는 걸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만큼, 제가 도망칠 때도 무력감과 패배감을 느끼죠. 어떤 타당한 이유도, 도망이라는 선택지 앞에서는 변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버티는 쪽을 선택하곤 해요.

하지만 정말 도망은 비겁한 행위일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의 저자는, 사실 도망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해요. 물론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고 도망친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에, 무작정 도망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현실 도피를 부추기지도 않고요. 저자는 ‘잘’ 도망쳐야 한다고 말해요. 그런 저자의 도망의 기술을 알고 싶다면, 오늘 글에 집중해주세요!

🏃‍♀️ 더 많이 도망치자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어요. 제가 도망을 친 만큼, 저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도망치는 순간은 두렵고, 죄책감도 들었지만, 결국 그런 도망의 순간들이 저를 더 성장시켰다는 점만은 확실해요.

그러니 앞으로는 저의 도망을 긍정적으로 받아주려고 해요. 도망치는 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행위니까요!

시인 백석도 산골로 가는 건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고, 고대 중국의 병법서에서도 삼십육계 가운데 도망치는 게 상책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준비 없이 도망치는 건 엄청난 타격으로 되돌아와요. 적에게 등을 보이는 순간 쉽게 칼에 베이는 것처럼요. 그래서 우리는 잘 도망쳐야 하는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도망치는 게 잘 도망치는 걸까요?

🔍 명분이 있다 아이가!

저자는 잘 도망치기 위해서는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그 명분은 반드시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소설가로 손꼽히는 제임스 조이스를 예로 들면서요.

1차 세계대전 종료 직후, 누군가 제임스 조이스에게 세계대전 때 당신은 무얼 했느냐고 묻습니다. 전쟁에 나서지 않은 것을 힐난하는 민족주의자의 질문이었죠.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나는 <율리시스>를 썼습니다. 당신은 무얼 했나요?"

전쟁에 참여하는 것보다, 심지어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냈다는 게 제임스 조이스가 내세운 명분이었습니다. 

이처럼 진짜 명분은 단순히 도망을 친 그럴듯한 이유를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도망을 쳐 나온 장소인 A가 아닌, B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실제로 무슨 일을 했는지가 명분의 진정성 확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죠.

그리고 이 진정성은 타인에게 동의도 중요하지만, 나의 동의가 우선입니다. 내 명분이 진실한지 아닌지 여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요.

🚫 무조건 도망치는 게 옳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