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혹은 닉네임님, 가끔 이럴 때 있잖아요. 일에 대한 의욕이 뚝 떨어질 때. 그럴 때가 언제인가요? 여기 [선택] 부분에 이름 혹은 닉네임님이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공유해주세요! 궁금합니다☺️

저는 작년에 제가 생각했던 목표치나 예상 수치보다 모두 현저하게 낮은 수치를 받아서, 진짜 큰 고비가 왔었거든요. 누구나 늘 좋은 성과를 낼 수는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죠. 그 때 저와 같은 기간을 넘기고 있었던, 제가 책을 낸 출판사의 편집자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 있어요.

"이걸 읽고 나서 저는 나만 할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더 생각해보게 되고, 번아웃이 좀 풀렸어요. 아나님, 이거 읽어봐요."

사서 읽어보고 나니 저도 같은 말을 하게 되네요. 이름 혹은 닉네임님, 이거 읽어봐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 커피 한 잔 하믄서. 햇빛 밑에서. 딱 좋다! 그죠?

작가는 조용하고 위태롭게 곪아가던 무렵의 서른두 살 어느 날에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이 앞에선 신기하게도 성난 마음이 잠잠해지고 귀가 열렸다고. 그림책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라고. 이 짧은 이야기에 푹 빠졌다 현실로 돌아오면 어둠 속에서 전구 하나가 반짝 켜진 느낌. 이상하게 기운이 났다고요.

그렇지만 '그림책 작가는 1쇄 작가'라는 자조적 농담이 오갈만큼, 많은 작가들이 생계 유지를 위한 활동을 병행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은 묵묵히 빛나는 작품을 쏟아냈다고.

그들이 가진 기이한 힘에 대해 곱씹던 어느 날, '돌파하는 힘'이라는 두 마디 단어가 저자 안에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세상은 쉽게 안 변해."라고 하지만, 다음에 올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절망적인 이야기는 없지요.

그림책은 부지런히 속삭입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이 전부가 아니야.

더 자유롭게 비틀고 꿈꾸렴. 너에겐 이곳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어."

스스로 보잘것없게 느껴지거나 어차피 다 소용없다는 비관적 생각이 들이닥친다면, 이들 책을 방파제 삼아 내 안의 좋은 것을 지킬것이란 저자의 말이 와닿는 책입니다.

언젠가 제게 '실패를 이겨내는 힘'에 대한 질문을 해주신 분이 계세요. 그 분께 어떤 답을 드릴 수 있을까 그 뒤로도 6개월을 고민해봤는데, 당췌 무엇이 답인지 어렵게 느껴졌었거든요? 글쎄, 그냥 해야하는거지 않나?라는 얕은 수밖에 떠오르질 않더라고요. 그 때 이 구절을 만나서 이거다! 싶었어요. 그 구절인 저자와 권윤덕 작가님의 인터뷰를 옮겨 적으려고 합니다.

저자님

"비단 그림 뿐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탐색을 하다 망칠 때가 많아요. 뭔가를 망친 뒤에 누군가는 '그래도 실마리가 있을거야'라고 반응하지만, 누군가는 '역시 나는 안돼'라고 반응해요. 이 태도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요?"

-이어서, 권윤덕 작가님

"저는 이 질문에 약간 함정이 있다고 느껴요. 늘 돌파만 하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고, 늘 좌절만 하는 사람이 따로 정해진 게 아니거든요. 누구나 때에 따라 실마리를 찾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해요. 그냥 나에게 찾아온 경우의 수 중 하나로 봐야 해요. 다음에는 다를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저자는 전달합니다.

"인터뷰 중 그는 유독 "멀리 보면", 그리고 "경우의 수"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

지금의 어려움은 잠시 나에게 찾아온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일 뿐이니 너무 쉽게 결론 내지 말자고, 누구나 자기를 지키고 키워가는 생명의 심지를 가지고 있다고, 그 심지를 발견하고 꺾이지 않도록 튼튼하게 키워갈 수 있다고."

몰두하며 결과를 내어 본 경험이 있는가?를 곱씹게 되는 책이기도 했어요. 방금 보여드린 인터뷰를 한 권윤덕 작가님은 적게는 3년, 길게는 13년을 매달린다고 합니다. 이러한 작가님들의 시선과 태도를 꾹꾹 눌러담은 활자로, 한 번에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진한 문장이 많아서. 하루 하루 아주 조금씩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살 무렵이 이사를 목전에 앞두고였는데, 짐 정리를 하면서 책만 몇 백권을 버렸거든요. 꼭 남기고 싶은 책만 사자-라는 결심이 설때여서 '과연 이 책을 사도 괜찮을까?'란 의문이 있었을 때 집어든 책인데요. 그 순간이 무색하게 이 책은 앞으로 이사를 몇 번을 하더라도 갖고 갈 책일 것 같습니다.

저자님도 20년간 글을 써온 분이라 문장이 다릅니다. 저에겐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하고 싶은, 문장 하나 쉼표 하나 버릴 것 없는 최초의 책이라 꼽고 싶습니다. 토계팅 오랫동안 보신 분들이라면 아실거예요. 이렇게 이야기한 책은 처음입니다 :). 편집도 끝내줍니다.^^